노란 곰돌이 빙수기
매미 우는소리에 유리창이 징징 울렸다. 마당에선 시멘트 바닥에 닿은 공기가 이글이글거리며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파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어 태양이 있는 대로 내리쬐고 있었다. 아, 더워. 선풍기를 틀고,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다리를 벽에 올렸다. 등이 뜨뜻미지근해지면 몸을 굴려 시원한 바닥을 찾았다. 콧잔등으론 땀방울이 몽글몽글 솟고, 이마 근처의 머리카락은 젖어 납작하게 달라붙었다. 동생들도 옆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엊저녁 엄마가 불린 팥을 한솥 가득 삶는 걸 보았다. 이렇게 더운데 왜 엄마는… 뜨거운 가스불 앞에서 엄마의 이마를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엄마는 뜨거운 팥에 설탕을 넣고 휘저었다. 식은 다음 밥주걱으로 떠 타파 통에 눌러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냉동실에서 얼음 좀 꺼내와 봐.”
“왜, 언니? 빙수 하려고?”
“그냥 좀 갖고 와 봐.”
“응! 내가 가져올게!"
셋째는 식탁의자를 끌고 와 냉장고 앞에 놓고, 넷째는 의자 등받이를 잡는다. 셋째는 냉동실 문을 열고 얼음판을 꺼낸다. 그쪽을 힐끗 보았다. 정수기를 식탁 위에 놓으며 말한다.
“얼음에 손이 닿지 않게 조심해. 얼음이 살에 닿으면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아. 잘못하면 피부가 찢어지는 수가 있어.”
나는 얼음판을 들고 비튼 다음 양재기에 대고 얼음을 쏟았다. 빙수기 통어 얼음을 넣고, 얼음이 나오는 곳에 밥공기를 받힌다. 손잡이를 돌리면 곰돌이 눈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얼음이 갈려 나왔다. 손잡이를 꼭 쥔 오른손에 쥐가 나면, 왼손으로 바꿔 쥐고 또 갈았다.
“와, 맛있겠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 얼음이 많아야 맛있어. 기다릴 수 있지?”
“언니, 나도 한 번 해 보자.”
빙수기 앞에서 손잡이 돌리는 걸 유심히 쳐다보던 셋째가 말한다. 서툰 셋째가 손잡이를 돌리는 동안 얼음이 녹아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냥 언니가 할게. 너는 다음에 해 보자.”
갈린 얼음이 밥공기를 꽉 채우면 큰 대접에 쏟아 얼음산을 만들었다. 팥을 얹고, 연유를 두른 다음, 미숫가루를 한 숟가락 얹었다. 대접을 가운데 놓고 모여 앉아 스테인리스 숟가락으로 빙수를 떠먹었다.
“언니, 진짜 시원하다. 너무 맛있지.”
“언니는 어떻게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에베레스트산 같던 빙수가 숟가락 세 개에 푹푹 사라진다. 얼음을 갈고 갈고 또 갈아 냉동실에 있던 얼음이 모두 사라져야 빙수 파티는 끝났다. 뜨거운 여름이 되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한 장면이다.
그때 시원한 얼음을 만들어 주던 빙수기는 지금 장식장 맨 위에서 나를 보고 있다. 행복이 어린 물건은 생명을 갖는다. 오래오래 함께 하는 사물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글, 사진 | 정재경 작가
창업자인 정재경 작가가 매주 화요일 리빙 에세이를 한 편 씩 보내드려요.
사물과 일상에 대한 글이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시간이길 바라요. 매주 화요일 저녁에 찾아 뵐게요. :)
빙수 플레이팅 추천
인스타그램 @_im.u
팥빙수 VS 망고빙수. 여러분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요? 오랫동안 더리빙팩토리를 애정하는 아임유님은 색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플레이팅의 천재예요.
노랑과 분홍, 망고색을 매치한 섬세한 센스. 색은 파장을 갖고 있어 컨디션이 좋아지게 도우니 일상 생활에서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사용된 제품 더 알아보기
신규 입점 소식
먼치스앤구디스
성수동의 델리 베이커리 그로서리 먼치스앤구디스에서 더리빙팩토리 일부 제품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먼치스앤구디스의 소금빵은 한 사람 당 구매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하니 꼭 들러 보세요. :)
더 알아보기
노란 곰돌이 빙수기
매미 우는소리에 유리창이 징징 울렸다. 마당에선 시멘트 바닥에 닿은 공기가 이글이글거리며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파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어 태양이 있는 대로 내리쬐고 있었다. 아, 더워. 선풍기를 틀고,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다리를 벽에 올렸다. 등이 뜨뜻미지근해지면 몸을 굴려 시원한 바닥을 찾았다. 콧잔등으론 땀방울이 몽글몽글 솟고, 이마 근처의 머리카락은 젖어 납작하게 달라붙었다. 동생들도 옆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엊저녁 엄마가 불린 팥을 한솥 가득 삶는 걸 보았다. 이렇게 더운데 왜 엄마는… 뜨거운 가스불 앞에서 엄마의 이마를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엄마는 뜨거운 팥에 설탕을 넣고 휘저었다. 식은 다음 밥주걱으로 떠 타파 통에 눌러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냉동실에서 얼음 좀 꺼내와 봐.”
“왜, 언니? 빙수 하려고?”
“그냥 좀 갖고 와 봐.”
“응! 내가 가져올게!"
셋째는 식탁의자를 끌고 와 냉장고 앞에 놓고, 넷째는 의자 등받이를 잡는다. 셋째는 냉동실 문을 열고 얼음판을 꺼낸다. 그쪽을 힐끗 보았다. 정수기를 식탁 위에 놓으며 말한다.
“얼음에 손이 닿지 않게 조심해. 얼음이 살에 닿으면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아. 잘못하면 피부가 찢어지는 수가 있어.”
나는 얼음판을 들고 비튼 다음 양재기에 대고 얼음을 쏟았다. 빙수기 통어 얼음을 넣고, 얼음이 나오는 곳에 밥공기를 받힌다. 손잡이를 돌리면 곰돌이 눈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얼음이 갈려 나왔다. 손잡이를 꼭 쥔 오른손에 쥐가 나면, 왼손으로 바꿔 쥐고 또 갈았다.
“와, 맛있겠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 얼음이 많아야 맛있어. 기다릴 수 있지?”
“언니, 나도 한 번 해 보자.”
빙수기 앞에서 손잡이 돌리는 걸 유심히 쳐다보던 셋째가 말한다. 서툰 셋째가 손잡이를 돌리는 동안 얼음이 녹아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냥 언니가 할게. 너는 다음에 해 보자.”
갈린 얼음이 밥공기를 꽉 채우면 큰 대접에 쏟아 얼음산을 만들었다. 팥을 얹고, 연유를 두른 다음, 미숫가루를 한 숟가락 얹었다. 대접을 가운데 놓고 모여 앉아 스테인리스 숟가락으로 빙수를 떠먹었다.
“언니, 진짜 시원하다. 너무 맛있지.”
“언니는 어떻게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에베레스트산 같던 빙수가 숟가락 세 개에 푹푹 사라진다. 얼음을 갈고 갈고 또 갈아 냉동실에 있던 얼음이 모두 사라져야 빙수 파티는 끝났다. 뜨거운 여름이 되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한 장면이다.
그때 시원한 얼음을 만들어 주던 빙수기는 지금 장식장 맨 위에서 나를 보고 있다. 행복이 어린 물건은 생명을 갖는다. 오래오래 함께 하는 사물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글, 사진 | 정재경 작가
창업자인 정재경 작가가 매주 화요일 리빙 에세이를 한 편 씩 보내드려요.
사물과 일상에 대한 글이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시간이길 바라요. 매주 화요일 저녁에 찾아 뵐게요. :)
빙수 플레이팅 추천
인스타그램 @_im.u
팥빙수 VS 망고빙수. 여러분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요? 오랫동안 더리빙팩토리를 애정하는 아임유님은 색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플레이팅의 천재예요.
노랑과 분홍, 망고색을 매치한 섬세한 센스. 색은 파장을 갖고 있어 컨디션이 좋아지게 도우니 일상 생활에서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사용된 제품 더 알아보기
신규 입점 소식
먼치스앤구디스
성수동의 델리 베이커리 그로서리 먼치스앤구디스에서 더리빙팩토리 일부 제품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먼치스앤구디스의 소금빵은 한 사람 당 구매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하니 꼭 들러 보세요. :)
더 알아보기